신종 인플루엔자 사태가 정부의 '심각' 단계 선언으로 사실상 대유행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최전선에서 신종플루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역 의료인들과 부산시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대처 방안을 주제로 좌담을 했다.

△김기천 과장=오늘까지 부산의 신종플루 환자가 8천명을 넘었습니다. 하루에 500~600명 이상 늘어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12월까지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정부가 재난 대응수위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높인 것도 어느 정도 대유행으로 가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증가세가 둔화돼 연말이면 서서히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냉정하게 한번 짚어보지요.

△김동헌 원장=신종플루 사태가 4월에 시작됐고 부산의료원에서 9월 말까지 진료한 환자가 1천200여명이었는데, 10월 한달에만 3천명 가까운 환자가 몰려들었어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평균 22명 정도가 부산의료원에 입원중인데, 아주 심각한 문제를 보인 환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조금 심한 환자는 항바이러스제 투여 후 퇴원했고, 음성 판정이 나와 그냥 돌아간 환자도 많습니다.

△오무영 교수=현장에서 본 신종플루는 감염 유형이 아주 다양합니다. 동생이 신종플루에 걸렸는데 혹시나 싶어 건강하고 증상이 없는 형을 검사해봤더니 확진이 됐습니다. 발열 등이 없는 무증상으로 넘어가는 경우이지요. 반면 9살 초등학생이 하루만에 폐렴이 퍼져 중증을 보이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다양한지는 의학적으로 규명이 안 됐습니다. 어쨌든 의사의 신속한 진단을 거치면 대응이 가능한데, 현재는 거점병원에 환자들이 너무 많이 몰리는 게 문제입니다. 인제대백병원의 신종플루 진료소에는 하루에 수백명이 몰리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서너시간씩 기다렸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인근 의원급 병원에 신속항원진단키트를 나눠주는 등 개인의원에 환자를 분산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김 원장=부산의료원의 호흡기내과 과장은 마스크나 장갑도 끼지 않고 종일 환자를 봅니다. 그런데 아직 감염이 되지 않았습니다. 손을 잘 씻는 등 위생 수칙만 잘 지키면 그렇게 걱정할 게 아니란 얘기입니다. 다만, 병원 내부에서 인력이나 예산 문제 등이 심각하게 대두되는 상황입니다.

△김 원장=신종플루는 강력한 전염력 때문에 초기에 대확산을 막기 위해 애를 썼는데, 이 때문에 걸리면 죽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오해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전에 대유행했던 독감에 비해서는 심한 편이 결코 아닙니다. 확산을 막을 수 없다면 결국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면 되고, 대부분 가볍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 과장=아무래도 제가 보기에는 신종플루가 '신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하철, 극장, 복지관 등에 가면 수백명의 어르신들이 밀폐된 공간에 있는데도 감염자가 많지 않습니다. 지금 감염자의 87%가 대학생 아래 연령대입니다. 아무리 학생들의 전염력이 높다해도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긴 힘듭니다.

△김 원장=과거에는 진단 기술이 발달하기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바이러스가 유행했는지 진단해 내지 못했습니다. 기성세대는 이미 한두번 스쳐가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어떤 학자들은 신종플루가 아니라 '구종플루'라며 농담을 하더군요.

△김 과장=지금 중증관리를 받고 있는 환자가 부산대병원에 1명 있습니다. 나머지 중증을 보인 환자는 많은 경우 쾌차했습니다.

△오 교수=학부모들에게 이런 내용으로 서신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정확하게 상황을 이해하고 또한 안심하라고 말이지요.

△옥태석 회장=지난달 30일부터 부산 전역의 약국에 8만여개의 타미플루가 배포됐고, 동네 의원의 처방도 늘어서 환자가 조금씩 분산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소아용이 모자라긴 하지만 성인용을 쪼개서 조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타미플루 맛이 쓰기 때문에 시럽이나 요구르트 등과 같이 먹이면 됩니다.

타미플루는 약 6주간 예방효과를 나타낸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증상이 있고 의사가 권한다면 굳이 확진 검사를 받을 필요 없이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연말이나 내년 초에 백신을 맞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김 과장=초기에는 확진에 대해 의미를 뒀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의심환자 10명 중 7~8명이 신종플루 확진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현재로선 확진검사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오 교수=일부 보호자들이 소견서나 진단서를 학교에서 가져오라고 한다며 일부러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건 시정돼야 할 것 같습니다.

△김 과장=몇 차례 공문을 발송했는데도 일부 학교에서 확진검사서나 진단서 등을 요구하는 곳이 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이해가 부족한 학교들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통보를 하겠습니다. 최근 지역 의료진들이 대부분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아직 이상반응이 있다는 보고가 전혀 없습니다. 학부모들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는 것 같은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서울에서 조사를 했더니 학부모의 90% 이상이 백신을 맞히겠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산은 더 비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 원장=백신은 안전합니다. 바이러스의 성질만 가진 사균으로 만든 백신이기 때문에 계란 알레르기만 없다면 문제될 게 없습니다. 이상반응은 계절독감 백신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수 있고, 교통사고가 날 확률보다 훨씬 낮습니다.

△김 과장=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막연한 불안감을 갖지 말고,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바로 찾으라는 겁니다. 가벼운 증상이라면 동네의원을 찾고, 거점병원은 중증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백신도 가능하면 모두 접종해 확산세를 잡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개인 위생 수칙만 잘 지키면 신종플루를 이기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옥 회장=신종플루는 면역력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술, 담배를 줄이고, 숙면과 적절한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하고, 활성비타민을 섭취하는 등의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손을 자주 씻고 실내 환기를 시키는 건 기본이지요.

고위험군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신종플루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겨낼 수 있는 질병 쯤으로 여기는 지혜를 발휘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사회·정리=박세익 기자

run@busan.com

사진=이재찬 기자 chan@


■일시 및 장소 = 2009년 11월 2일 부산시의사회관 회의실
■참 석  자 = 김기천 부산시 보건위생과장/ 김동헌 부산의료원 원장/ 오무영 인제대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옥태석 부산시약사회 회장

출처 - 부산일보 2009년 11월 3일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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