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국제의료표준 준비하는 이경호 인제대 총장

인제대가 국내 실정에 맞는 의료기관 국제인증 사업에 자존심을 걸고 뛰어들었다. 국제인증은 '국제표준에 적합하며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다'고 공인하는 절차를 말한다.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 의료관광을 하려는 의료기관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JCI(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가 가장 널리 알려진 국제인증이지만 인제대가 추진하려는 인증사업은 JCI와는 다른 우리만의 독자적인 국제표준이다.

이경호 인제대 총장은 "기존의 국제인증 절차를 통과하려면 돈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 교수진들이 연구한 결과 큰 돈 안들이고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았습니다.

국내 실정 맞는 기준 제작·서비스
인증 준비 쉽고 비용 저렴해 '장점' 의료관광·의료사고 예방 필수항목

우리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국제표준을 만들어서 이것을 국내 의료기관에 교육시키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라며 국제인증 사업에 착수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외국의 기준을 그대로 가져와 국내 의료기관에 깔아주는 것은 교육기관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는 내부의견도 사업추진 결정 과정에서 반영됐다.

독자적인 인증기준을 만들게 되면 외국 기관에게 비용을 지불하면서 컨설팅을 받지 않아도 돼 인증비용도 절반 이하로 대폭 줄게 된다.

사실 JCI는 수십 개의 국제의료 평가기관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 상위에는 국제의료질관리학회(ISQua)가 있다. 미국의 JCI, 호주의 ACHS 등이 ISQua 인증을 받아서 국제의료기관 평가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인제대가 JCI와 같은 국제기준을 만들어서 ISQua로부터 공인을 받은 후에 개별 의료기관에 대해 인증을 해 주겠다는 것이다. 인제대가 JCI와 같은 국제 인증기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인증작업을 위해 유관기관과의 협조체계도 마련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병원급의 국제기준을 만들고, 인제대는 의원급을 맡기로 했다. 진흥원 원장을 역임한 이 총장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결과다.

"의원의 경우 평가항목이 병원의 50% 정도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준비가 쉽고 인증비용도 훨씬 저렴합니다. 부산의 의료관광이 메디컬 스트리트의 의원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인증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제대가 국제인증 사업에 착수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 내에 국제기준을 만들 전문인력과 임상의료진들이 준비돼 있기에 가능했다. 대학 내에 의대 보건행정학과 간호학과 등의 관련학과에 우수한 교수진들이 있고 전국의 6개 백병원에 임상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설립된 인제대 국제병원 인증센터(GFC)의 전진호 강성홍 교수팀이 주축이 돼 내부 준비작업을 치밀하게 해 왔다.

"백낙환 이사장의 학교 설립 취지가 '민족의 대학, 세계의 대학'입니다. 우리 현실에 맞는 기준을 만들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더 나아가 전 세계로 전파하는 일이야 말로 대학에서 해야 할 일입니다. 앞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재단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용기를 갖고 도전해 보겠습니다."

최근 서면의 성형외과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로 인해 국제인증 문제가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총장은 세계적으로 의료계의 핫이슈는 의료사고 예방방안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면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는 언제든지 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인증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국제기준에 맞추어서 의료행위를 했다면 혹시 의료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의료기관이 보호를 받을 수 있기에 이제는 의료기관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한편 인제대는 지난 13일 예치과 프랜차이즈 관리회사인 메디파트너와 'JCI 인증 지원사업' MOU를 체결했다. 이 역시 인제대가 국제적인 인증기관이 되기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이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출처 - 부산일보 2009년 10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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