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에 무투표 당선 유영진 부산시약사회장

"올바른 약물 투약 지도를 통해 시민 건강을 지키는 기본적인 역할에 더욱 충실하겠습니다. 아울러 약업과 의료의 중앙집중을 막아 지역 의료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하겠습니다."

42년 만에 선거를 치르지 않고 무투표 당선돼 22일 첫 출근을 한 부산시약사회 유영진(50) 신임회장의 취임 일성은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약사회'였다. 그러기 위해선 약사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했다.

"약사의 역할이 이전까지 단순 약품조제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환자의 복약지도 쪽으로 패턴이 바뀌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약대 6년제가 시행돼 새로운 교육 커리큘럼이 나오면 약학대학과 협력해 회원 약사들의 재교육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부산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처음 실시해 호평을 받았던 '약물 오남용 예방 사업'도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다. 집집마다 먹지 않은 채 쌓여 있는 약봉지가 사라지도록 오남용 예방 교육을 총 27회에 걸쳐 3천여 명에게 실시했으며 올해도 중점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한 해 동안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폐의약품 회수 처리사업을 실시해 2t가량을 소각 폐기하는 성과를 올렸다. 유 회장은 폐의약품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해 올해는 소포장제 약품 생산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약품이 대용량으로만 포장돼 나오면 처방 후에 남은 약품은 폐기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면 약국도 손해를 보게 되며 제약산업과 국가 전체적으로도 낭비요인이 됩니다."

유 회장은 약사회와 의사회 간의 협력에도 남다른 관심을 쏟고 있다. '약사회와 의사회 간의 갈등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지역 의료가 발전해야 약업 환경도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재와 자본이 서울로 몰리고 의료까지 중앙으로 집중되면서 지역 의료산업이 황폐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KTX 부산-대구 구간이 완전히 개통되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인데 약사회와 의사회가 힘을 모아 대응할 것입니다."

무투표로 무혈입성(?)할 만큼 유 회장에 대한 약사 회원들의 신뢰와 신망은 두텁다. 이에 유 회장은 회원들의 화합을 더욱 다지기 위해 약사회 회관 신축을 희망하고 있다.

지난 주말 열린 취임식에서 유 회장이 먼저 5천만 원을 쾌척했다. 유 회장의 약대 동기가 약사회 발전기금 명목으로 2천만 원을 기탁한 데 대한 화답이었다.

경남 통영 출신으로 부산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유 회장은 부산시약사회 수석 부회장과 마약퇴치 부산운동본부 부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김병군 기자 gun39@

출처 - 부산일보 2010년 2월 23일자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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