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2009 서울국제의료관광콩그레스’에선 세계 각국 의료관광산업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의 생생한 사례와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한국의 의료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부의 정책적인 의지와 함께 의료계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의료서비스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가 의료관광 강국으로 가기 위해 고민해야 할 다양한 의견도 제시했다. 특히 가격경쟁력보다는 특화된 의료서비스로 승부하라고 조언했다.

■미국, 비용 아닌 품질로 승부해야

로빈 엘샴 미국 페이션츠 위드 패스포츠 그룹 총괄이사는 “경쟁이 치열한 국제의료관광 시장에서 한국이 우위를 차지하려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엘샴 이사는 먼저 현재 한국이 비용절감 혜택을 유독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한국은 다른 의료관광 대상국에 비해 수술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요된다고 언급했다. 인공고관절 치환수술의 경우 인도와 싱가포르에선 각각 7100달러, 9200달러가 들지만 한국은 1만1400달러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술비용이 들어간다는 것.

하지만 한국의 경쟁력 있는 의료수준을 부각한다면 승산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소수 선진 의료센터에서만 제공하는 치료방식 및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세계 1위’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수 의료관광국이라는 점을 더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비자문제 해결이 관건

중국환자 유치를 위해선 비자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리앙 첸 중국 아이페이스의 대표이사는 “매년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중국인들의 성형에 대한 수요는 한국 의료산업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선 비자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은 ‘노비자’인 반면 한국은 ‘메디컬비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은 경제적으로 윤택한 부유층으로 방문 때마다 평균 2000만∼3000만원을 지출하는 ‘우수고객’이다.

리앙 첸은 “한국 정부가 의료관광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해외환자를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을 안다”면서 “중국에서 지속되고 있는 ‘한류’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한국 성형관광을 대중화된 브랜드로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 신장투석 관광객 잡아라

일본에선 한 해 신장투석 환자가 28만여명이다. 해마다 1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명승지를 돌면서 신장투석을 받는 ‘신장투석 투어’도 늘고 있다. 투석 투어는 대개 약 9∼10일간의 여행기간 중 2∼3일에 한 번씩 4시간가량 투석 치료를 받도록 일정이 짜인다.

이에 일본교통공사(JTB) 수도권 시나가와지점 아카하시 다케시 과장은 “일본에선 여행을 하면서 투석을 받을 수 있는 신장투석 투어가 활성화돼 있다”면서 “지난 20년 동안 JTB에서만 150회가 넘는 신장투석 투어 프로그램을 실시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사업 초기엔 괌과 하와이가 여행지로 선호됐지만 최근엔 유럽이 선호지역”이라면서 “한국 의료·관광업계에 일본인의 투석투어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에이전시 신뢰성 필수

한국이 러시아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언어장벽 △치료비 정보 △비자체계 △의료에이전시의 신뢰성 확보 등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인 것으로 제시됐다.

자이체바 올가 러시아 라이텍스 여행자 대표는 “한국의 병원들이 러시아어 통역을 구비하지 않는다면 복잡한 의료언어 때문에 오진이 생기거나 병원 치료비 산정 등의 분야에서 법적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병원들이 치료서비스 목록 등의 정보를 러시아어로 상세하게 제공하고 치료 후에도 환자와 연락할 수 있도록 연락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가 대표는 이어 “의료관광은 병원 선택, 입·출국, 현지 코디네이터 활용, 치료 후 환자와 병원 간 연락 유지, 약물 수입통관 등 단계별로 세심한 서비스가 필요한 분야”라면서 “고객의 방문목적이 ‘건강 회복’인 만큼 에이전시들이 이에 걸맞은 직업윤리와 능력을 겸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진국, 브랜드와 상품전략으로 공략

브랜드와 상품전략을 수립하는 의료관광지가 앞으로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의료서비스가 열악해 치료 자체가 불가능한 국가는 물론이고 진료비가 과도하게 높아 자국에서 적절한 치료가 불가능한 국가에서 해외진료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아폴로병원 아닐 마이니 전략기획부 대표는 “최근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비용효율 측면에서 해외진료를 선택하는 해외진료 환자가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비용이 아무리 낮아도 의료서비스의 수준이 세계적이지 못하면 의료관광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매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 이상이 해외진료를 선택한 이유로 ‘고품질 의료’를 꼽았다. 또 실제 많은 환자가 자국으로 돌아간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우려하는 만큼 ‘연계서비스’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마이니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당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4시간 상담창구를 만들어라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외 환자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태국 범룽랏 인터내셔널병원 김은주 매니저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태국과 인도가 적법한 의료관광지로 부상했지만 2007년 이후로는 많은 나라가 환자 유치를 위해 의료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레드오션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각 국가의 환자들이 원스톱으로 병원과 상담할 수 있는 접근성이 기본 전제”라고 조언했다.

김 매니저는 “범룽랏 인터내셔널에 해외 환자가 많이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북·남미와 유럽, 동아시아와 중동 등지에 환자들의 진료예약 및 여행일정을 조정하기 위한 23개의 사무실을 운영한 결과”라고 소개했다.

범룽랏은 또 진료상담을 위해 109명의 외국어 통역사와 16명의 전문 사무원을 배치해 매일 500통 이상의 방문상담 및 예약 e메일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출처 - 파이낸셜뉴스 9월 24일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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