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크루즈, 부산만이 할 수 있는 의료관광 아이템"

의사회-한의사회-약사회 조직은 흔히 갈등 내지는 경쟁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부산 지역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라는 조직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협의회 내에서 각 조직의 대표들이 열린 마음으로 만나 같은 지향점을 갖고 서로 협력하고 있다. 다른 어느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가 지난달말 창립 2주년을 맞았다. 부산 의료산업의 미래를 들어보기 위해 부산일보 8층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 사무국에서 김윤진 운영위원장(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을 만났다.

부산과 직항로 개설된 도시 중심, 집중 공략
본격적으로 외국인 환자 모셔와야 할 시점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지난 2007년 5월 28일 창립해 2주년을 맞았습니다. 협의회 창립이 지역 의료계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KTX가 개통되고 지역 환자의 수도권 유출에 대한 우려가 많았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지역 환자의 역외유출에 대해서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지역의 5개 양한방 대학병원과 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의약품도매협회 장기기증운동본부와 언론사 등이 참가해 협의회를 결성하게 된 것입니다.

협의회 발족으로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막연한 불안감이나 위기감에서 벗어나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체가 생겼다는 점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협의회와 비슷한 조직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부산에만 유일하게 있는 조직입니다. 유치위원회 성격의 임시적인 협의체가 있는 곳이 있지만 부산처럼 상설조직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지역의 모든 의료관련 기관과 단체가 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직을 결성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의료를 '산업' 차원에서 접근해 육성 발전시킨다는 것이 그 당시로서는 낯설고 쉽지는 않았을텐데요.

△의료산업은 크게 의료서비스산업,의료기기사업, 제약(의약품)산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부산은 의료관광 분야의 발전 가능성이 높아 의료서비스산업은 쉽게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료기기와 제약분야는 불모지와 다름 없습니다.

현재 의료관광 분야는 천혜의 관광자원과 우수한 의료인력을 결합시켜 경쟁력 있는 의료관광 상품을 개발 중에 있는데 타 지역에 비해 매우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걸음마 단계이지만 부산시 신성장동력팀과 새로운 사업 아이템 발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산 의료관광 사업의 전망이 밝다고 하는데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정리해 주십시오.

△부산은 현재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의료관광을 추진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외국인 환자의 병원이용을 돕기 위한 코디네이터 양성교육을 실시했고 지난 4월에는 협의회와 부산시가 힘을 합쳐 '부산 의료관광포럼'을 발족시켰습니다. 또 서면 메디컬스트리트 조성 사업을 돕고 있으며 외국인 환자 통역 지원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습니다.



-의료관광이 초기 단계라 어려움도 많을텐데요.

△이제까지는 의료관광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을 닦아 놓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외국인 환자를 모객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런데 모객을 담당할 관광업계와 에이전시가 다소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의료관광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유치실적은 아직까지 답보상태입니다.

반면에 의료관광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고 나면 알선료가 무한정 치솟는 등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국가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데 무자격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도 필요합니다.



-앞으로 의료관광이 활성화되기 위해 구체적으로 지원돼야 할 부분은 어떤 것입니까.

△외국인 환자 모객과 진료 등 일선 현장에서 요구되는 세부적인 매뉴얼이 이제는 완벽하게 구비돼야 합니다.

일본에서 진행된 의료관광 설명회에서 환자 안전에 대한 질문에 집중적으로 쏟아졌지만 우리 쪽에서는 "걱정할 것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광업계와 에이전시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도 환자 안전에 대한 보장문제와 관계가 있습니다. 이들 문제와 함께 자국 보험사에 제출할 진료확인서 표준양식 개발, 비자발급 문제 등 일선 현장에서 원하는 것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의료관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산의 특성을 살린 성공모델을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까요.

△우선 부산과 직항로가 개설돼 있는 나라의 도시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후쿠오카, 중국 산둥지역 등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의료관광 상품은 온천을 이용한 스파, 오사카와 부산을 오가는 팬스타크루즈를 활용한 크루즈상품 등은 부산만이 할 수 있는 아이템이 될 것입니다.



-의료서비스산업 이외에 의료산업 육성을 위해 현재 준비하고 있는 사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앞으로는 의료기기 및 의료용품, 제약분야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것을 계획입니다. 부산에 산재해 있는 중소기업들이 의료기기와 의료용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지원해 주는 '이업종 전환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한 침대를 만들던 기업이 메디컬 개념을 도입해 의료용 침대를 만든다면 이전보다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과 병원, 연구기관을 서로 연결시켜 더 많은 의료기기 내지 의료용품 생산업체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기술적 행정적 뒷받침을 해 주는 것입니다.



-현재 협의회 대표 자격으로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유치위원회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유치가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첨단의료복합단지는 30년에 걸쳐서 5조6천억이 투입되는 대역사입니다. 단지 내에 의료기기 및 제약분야 연구시설, 임상시험센터, 대형병원 등이 한곳에 들어서게 돼 의료산업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부산 경남 울산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공동 유치전략을 펼치고 있어 해 볼만한 게임이 되고 있습니다. 의료단체들이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지역사회에서도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대외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일을 의료계 내의 누군가가 맡아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원 진료실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더 '큰 진료실'에서의 일에 대해 개인적으로 흥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KTX 부산~대구 구간의 완전개통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와 지역환자 역외유출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대처할 계획입니까.

△의료와 교육 부문은 지역경제를 지탱해 주는 핵심 영역입니다. 의료산업은 유망한 신성장동력이기 때문에 '뚫리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지역의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양질의 의료를 지역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아울러 역외 유출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의사회와 4개 대학병원이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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