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병의원 준비는 어떻게

약 500병상 규모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의 A병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의료관광사업에 관심은 많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먼저 사업을 시작한 병원 관계자를 찾아 자문하기도 했지만 서로 처한 상황이 달라 아직까지 뚜렷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의료관광이 의료계의 뜨거운 관심사이지만 실제로 직접 뛰어들기에는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후발 주자로서 의료관광사업을 위해서는 시스템 구축, 해외 환자에 대한 정보 격차 등 부족한 것이 너무 많기 때문. 의료관광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 체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의료관광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개별 병원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병원 구성원 일치된 유치 의지
소통 능력·시스템 국제화 필수

국내 거주 외국인 통역 효과 만점
관계 구축·타깃 국가 홍보도 중요


△의료관광에 대한 구성원의 일치된 열망

의료관광사업을 위해서는 우선 병원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진의 마인드와 함께 특히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행정직원들이 해외 환자를 한 명이라도 유치하겠다는 '의지의 합일'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병원 내 시스템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기본적으로 영어에 대한 전 직원들의 소통능력 향상과 전문 통역인력 확보가 준비돼야 한다. 통역지원을 위해 현재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는 영어·일본어·중국어·러시아어 등 4개 언어의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 진료가 필요한 일선 의료기관이 협의회에 전화를 걸면 부산시국제교류재단 등에 소속된 260명의 통역봉사자들을 파견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산 수영구 좋은강안병원 국제협력부장 서우영 박사는 "전문 코디네이터 또는 외국인에 의한 통역의 원활화를 위해서는 의학용어는 물론 병원 운영에 대해서도 정통하도록 계속적인 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원 내의 각종 서류, 진단서 등 양식의 국제화도 필수적. 최소한 영어·일본어·중국어·러시아어 등은 별도로 구비되어야 한다.

원내 제도적인 시스템으로서 국제의료센터 또는 국제환자센터 등의 조직도 구축하는 것이 좋다. 외국에서 걸려오는 예약, 문의 등 민원 처리는 물론 외국인 환자에 대한 간단한 질환 인터뷰 및 진료과목에 대한 1차적인 분류도 여기서 이뤄진다.

또 치료를 마친 이후 귀국한 환자의 관리 등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위한 것도 센터가 해야 한다. 특히 이런 사후 관리는 향후 추가적인 환자 유치 및 병원 홍보와 직결되는 문제. 우리들병원 국제환자센터 이황 차장은 "전문적으로 외국인 응대 시스템을 갖춘 국제환자센터는 외국인 환자들에게 병원의 첫인상을 결정 짓는 만큼 사실상 해외 환자 유치가 여기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통역은 치료와 환자 유치의 핵심

외국인 환자의 진료에서 통역은 단순한 '말의 소통'만이 아니라 '감정의 소통'까지 되어야 한다. 몸이 불편한 환자의 미묘한 감정 변화까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런 수준의 통역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통역봉사자의 도움을 받는 방법 외에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출신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추진해 볼 만하다. 좋은강안병원 서 박사는 "일본인엔 일본인, 러시아인에겐 러시아인이 하는 통역이 가장 자연스럽고 환자에게도 정서적인 편안함을 줄 수 있다"며 "국내 거주 외국인 통역은 병원의 해외 환자 유치 요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국내 거주 외국인 통역은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가장 직접적인 것이 국내 거주 외국인과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다. 외국인에 대한 지속적인 의료봉사나 후원, 부산의 외국 공관과의 협력각서 체결 또는 직원들과의 우호적인 관계 구축에 노력해야 한다. 이로 인해 이들이나 여행 중인 자국민들이 부산에서는 자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외국 환자들이 직접 인터넷을 통하거나 문의를 한 뒤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 대부분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지인들의 소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들병원 국제환자센터가 지난해 외국인 환자 161명의 내원 동기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지인 소개가 약 53%, 환자 소개가 약 9% 등 60% 이상의 절대적인 비중을 보였다.

△타깃 국가 선정과 홍보

의료관광이 모든 외국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자기 병원의 규모와 인력 및 시설을 감안해 각국의 의료정책, 제도, 가격, 의료행태 등을 조사한 뒤 타깃 국가를 결정한다. 타깃 국가 출신의 국내 거주 외국인 위주로 진료를 준비하면서 이들에 대한 의료 노하우를 쌓는 것도 한 방법. 아직 국내 에이전시가 미약한 현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신뢰감 제고는 인적 네트워크 구축의 씨앗으로 활용될 수 있다.

무역활동으로 타깃 국가에 지인이 많은 기업인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 이들의 해외 인맥을 활용하는 것도 해외 환자 유치의 파급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의료관광비자 발급, 의료사고에 대한 대응책 등 정책적인 대책(본보 2008년 6월 27일, 7월 4일 보도)도 아울러 마련돼야 한다.

곽명섭 기자

부산일보 2009년 4월 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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