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으로 환자 찾아가는 공격적 마케팅 통했다
중국 인도 등 10여 개 국가에 현지사무소 · 환자센터 설치
진료상담서 숙소예약 등 처리
입국에서·진료·출국 과정까지는 외국어 능통 코디네이터가 담당
마케팅 부서는 공항까지 마중
글랜이글스병원 전체 수익 외국인 환자가 40%나 차지

 
싱가포르 의료관광에서 부산 의료계가 주의 깊게 들여다 볼 부분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방대한 해외 네트워크와 의료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꼽힌다.

■해외 네트워크와 코디네이터

 
  싱가포르 파크웨이 간호보건대학 학생들이 글랜이글스병원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를 찾는 외국인 환자들은 주로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와 중국의 부유층이다.

글랜이글스병원과 래플즈병원, 두 곳 모두 외국인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환자의 30~35%. 하지만 부유한 환자들 덕분에 병원 수익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파크웨이그룹 산하 글랜이글스병원 마케팅 부문 사무엘 탕 부사장은 "전체 환자 중 외국인 환자 비중은 30% 정도지만 수익면에서는 40% 정도"라고 말했다. 930여 개의 병상을 보유한 파크웨이그룹 산하 3개 병원의 연 수입은 2275억 원으로 1600병상을 운영하는 서울대병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랜이글스병원은 인도네시아 중국 인도 등 해외 14개국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하고 있으며 43개의 외국인 환자센터(IPAC·International Patients Associate Center)를 가동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가 글랜이글스병원의 진료를 원할 경우 각국 IPAC에 연락하면 진료 상담부터 숙소 예약까지 원스톱으로 해결된다. 예약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의료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시작된다. 코디네이터는 싱가포르로 입국하는 환자의 ▷공항 마중 ▷병원 이동 ▷진료 예약 ▷수술 상담 ▷숙박 ▷퇴원 ▷출국 수속 등 입국에서부터 출국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환자가 원할 경우 관광이나 쇼핑 등도 주선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현지 여행 에이전시와 연결하는 역할에 머문다. 환자의 치료가 우선 목적이기 때문이다. 글랜이글스병원은 주요 국가별 코디네이터를 두고 있으며, 마케팅 전담 부서가 공항 마중 등을 전담하고 있다.

글랜이글스병원 한국 담당 마케팅 및 코디네이터 김민주 씨는 "코디네이터는 의사와 환자의 매개자로 그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자는 물론 의사도 비상 시에는 코디네이터를 먼저 찾기 때문에 환자가 입국하면 24시간 대기한다. 심지어는 수술에까지 참여할 정도다. 김 씨는 "코디네이터는 단순한 통역이나 안내자의 역할을 넘어 수준 높은 의학적 지식을 갖춰야 한다"며 "특히 환자의 모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는 효과적인 치료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래플즈병원도 영어 중국어 인도어 등 다수의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코디네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 12개 국가에 50여 개의 에이전시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 관광청과의 협력 마케팅을 통해 330~1450달러 수준의 다양한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만들어 외국인 환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래플즈병원 마케팅 책임자인 제이슨 얍 박사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 만족할만한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문화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면서 "가령 다리를 꼬고 앉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일반적인 행동이지만 무슬림들에게 모욕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어의 벽을 넘어야 하는 의사와는 달리 부산의 의료 코디네이터들은 언어는 물론 문화의 장벽까지도 뛰어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에이전시 육성 시급한 부산

중국과 일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환자 유치에 초점을 맞춘 부산지역 의료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치료를 우선시하는 '메디컬 트래벌'(medical travel) 보다는 성형과 미용, 건강검진 등 선택 진료 분야에 관광과 쇼핑 등 의료 외적인 요소가 결합된 '메디컬 투어'(medical tour)를 지향하고 있는 부산 의료계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에이전시의 활성화와 해외 네트워크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17일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부산지역에서 의료관광 등록 신청을 한 의료기관은 15곳이며,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에이전시는 단 한곳도 등록한 곳이 없다. 외국의 현지 에이전시와 연계를 모색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은 있지만 아직은 딱히 내세울만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의료기관은 손꼽을 정도다.

성형과 피부 등 병·의원들이 밀집한 부산 부산진구 서면 메디컬 스트리트의 경우, 크지 않은 병원 규모로 인해 싱가포르의 병원들처럼 독자적인 마케팅과 해외 네트워크 구축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라 외국인 환자 모객을 위한 공동 에이전시 설립이나 해외 에이전시와의 네트워크 연계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이 같은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대다수 병·의원들이 '외국인 환자가 알아서 찾아오는' 과거의 구태의연한 방식에 기댈 뿐 세련되고 공격적인 마케팅은 머뭇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 코디네이터 양성도 시급한 과제다. 사설 교육기관이나 부산시에서 의료 코디네이터를 양성하고 있지만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하면 경험이나 유창한 언어 구사 능력, 전문적인 의료 지식 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메디컬 투어를 1차 목표로 삼고 있는 부산의 입장에서는 의료적인 부분 외에도 타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전문 코디네이터의 양성이 필요하다.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부산의 의료 수준과 시설이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아는 외국인 환자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스럽다"면서 "정부와 부산시가 전문적인 의료관광 에이전시와 코디네이터 양성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지 전문가들이 보는 부산 의료관광

- 한류 기반 메디컬 투어분야 잠재력 충분

- 외국 환자와 언어·문화장벽 해소가 관건

 
부산의 의료관광 가능성을 싱가포르 현지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글랜이글스병원의 마케팅 부문 부사장 사무엘 탕은 "한국과 부산은 아시아 의료 마켓에서 잠재성이 큰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싱가포르가 동남아시아 시장을 장악했듯이 한국도 중국과 일본, 몽골, 러시아 일부 지역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한류를 기반으로 한 의료 서비스와 관광이나 쇼핑이 결합한 메디컬 투어 분야에서 강점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산에 대해서는 "아름답고 기후가 좋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장 강력한 부분'(selling point)에 집중할 것을 권고했다. 의료의 질과 서비스, 쇼핑과 관광 중 외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래플즈병원 마케팅 책임자인 제이슨 얍 박사는 부산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큰 난점으로 꼽았다. 그는 "기계적인 통역으로는 환자의 내면까지 들여다 볼 수 없다"면서 "궁극적으로 높은 수준의 의료도 중요하겠지만 언어적, 문화적 장벽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고전할 수밖에 없다" 고 지적했다.


◆ 부산 대동대학 의료관광 전문인력 양성

- 싱가포르 파크웨이 보건대에 30명 파견

부산 대동대학은 의료 코디네이터 양성을 위해 싱가포르와 연수 프로그램 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9~10월께 학생들을 파견한다.

의료관광 분야를 전공하는 보건서비스경영계열 학생 30명은 싱가포르 파크웨이그룹 부속대학인 파크웨이 간호보건대학에서 3개월간 ▷환자 안전 ▷의료 경영 ▷싱가포르 의료관광 정책 ▷외국인 환자를 위한 영어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등의 과정을 공부할 계획이다.

파크웨이 간호보건대학 넬리 탕 학장은 "파크웨이그룹 산하의 글랜이글스병원과 마운트 엘리자베스병원 등 3개 병원에서 현장 실습을 하며 의료 코디네이터와 병원 경영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대동대학 관계자는 "앞으로 파크웨이그룹과 함께 일반인을 위한 의료관광 전문가 과정과 의료관광 전문인력 양성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처 - 국제신문 5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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