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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5-29 12:11

[기획취재] 한국, 의료관광의 블루오션 '급부상'

글쓴이 : 부산권의료산업…

이제 한국 방문은 관광만 목적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검진 절차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고 의료비와 의료수준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우리나라 병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점차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07년 1만5000명에 불과했던 의료관광객이 지난해 3만명으로 2배나 증가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지난 달 “한국의 여행사들이 5만엔(약 66만원)대의 얼굴 성형 관광상품을 일본에 내놓고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의료관광국으로서의 면모도 일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병원과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의료관광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 일본인의 한국찾기
일본인 사다코(가명· 32)씨는 5월 초 한국을 방문했다. 벌써 세 번째 한국행이다. 지난 두 번의 방문 기간 중 한국의 피부과를 찾아 스킨케어와 이른바 ‘쁘띠 성형(메스를 대지 않고 윤곽 등을 교정하는 간단한 성형술)’을 경험한 그녀는 이제 정기적으로 한국을 찾을 정도로 한국 팬이 됐다.

아직 성형수술에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인 그녀가 한국의 의료 시술에 만족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가격에 비해서 효과가 뛰어난 것은 물론. 칼을 대지 않은 시술로 무리없이 ‘최근에 조금 예뻐진 것 같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다코는 한국 의료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일본 내 여행사 상품으로 한국을 찾는다. 주말을 이용해 들어올 수 있는 2박 3일짜리 관광상품부터 조금 더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5박 6일 상품까지 선택의 폭은 다양한 편이다. 특히 2박 3일짜리 상품은 비행기삯. 숙박비. 서울 시티투어비에 스킨케어 1회 시술비를 포함해 70만원 안팎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시술 비용은 일본 내 스킨케어 비용의 ⅓ 정도 가격인데다 일본과 달리 피부 질환보다 미용에 초점을 맞춘 피부과들이 많은 것도 사다코 씨의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명동 주변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은 뒤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사다코 씨가 한국을 자주 찾게 된 이유다.

◇어느 재미교포의 한국찾기
수 년전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간 A모씨(57)는 지난 해 12월 한국을 찾아 퇴행 관절 이식 수술을 받았다. 아직 미국 생활에 적응되지 않아 이식수술을 타국에서 받아야한다는 심리적 부담은 그렇다치더라도. 아직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A씨에게 1억원에 육박하는 수술비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었다.

고민을 하던 A씨는 한국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한 친지에게서 “한국에 와서 치료를 받으라”는 권유를 받았다. 건강보험 혜택이 큰 한국에서 치료를 하면 치료비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였다. 알아보니 아직 한국 국적인 A씨는 한국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같은 수술에 드는 치료비가 1000만원으로 미국보다 현저히 저렴한데다 본인부담금은 30％에 그쳐 300만원이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

결국 여러 루트를 통해 알아보니 지난 해 재외국민에 대한 진료기준이 완화돼 A씨의 경우 1개월치 보험료만 납부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입국시 재외국민으로 신고한 뒤 친인척 주소지에 국내거소 등록 후 지역건강보험 사무소를 찾아가 한달 평균 보험료(6만원 가량)를 낸 뒤 의료보험혜택을 받았다.

◇한 병원에 연간 1500명 발걸음
위의 두 사례는 한국에서 의료 시술을 받기 위해 입국하는 전형적인 경우다. 가격에 비해 뛰어난 한국 의료 기술에 대한 소문을 듣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과 외국에서의 시술을 부담스러워하는 재외국민들은 ‘의료관광’으로 꾸준히 입국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의료를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의료관광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피부과를 주력으로 하는 한 병원에 따르면 재작년까지 연간 500~600명 선에서 그치던 외국인 환자는 지난 해 1500명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관광업계는 이들이 처음에는 의료 목적으로 한국에 오더라도. 이후 한국에 대한 매력에 눈뜰 수 있기 때문에 기대가 더욱 크다고 반기고 있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의 문광식 홍보담당자는 “한국의 의료 검진 절차가 미주 등에 비해 매우 간소한 편이고. 비용은 여타 선진국에 비하면 평균 20~30％ 싸고. 때론 반에도 못미칠 때가 있다”며 의료관광 유치 산업이 더욱더 활성화 될 것을 기대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한국에서 받은 의료 서비스에 만족해 한국을 재방문할 의향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지난 해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의료관광마케팅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사람 중 재방문 의향을 나타낸 사람은 82.9％에 이른다. 관광업계 측은 의료관광을 경험한 사람 중 한국에 관광을 위해 재방문 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월부터 개정 의료법 적용. 관광업계 희소식?
여기에 더해 정부의 움직임도 관광업계를 미소짓게 하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헬스케어를 17대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규정하고 5월부터 개정된 의료법을 시행했다. 이 법에 따르면 ‘외국인 진료 가능 기관’으로 등록을 마친 병원들은 진료 뿐 아니라 외국인 의료 알선 및 유치까지 할 수 있다. 과거에도 외국인 치료는 가능했지만 법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미가 크다. 여기에 27일에는 병원의 숙박업 허용을 예고해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이 합법적으로 숙박업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놓았다.

지역자치단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피부과·성형외과 등 미용관련 병원이 많은 강남구는 따로 ‘의료관광전담팀’을 만들었고. 대구시나 제주도같은 경우도 각각 의료관광홍보대사. 의료관광코디네이터 양성과정 개설 등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수년 째 유치사업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제도 시행 후 1년 정도면 IT 산업 거품 붕괴와 같은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의료 사업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는 사업체들이 난립할 경우 시술 후 서비스 문제 등으로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클 것”이라고 경계했다. 또 “재외국민이 아닌 외국인의 경우는 전문적인 시술보다는 스킨케어나 건강 검진 등을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미용관광에 머무를 우려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인터넷 사이트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의료관광 전문’ 여행사들이 취급하는 상품은 대부분 미용관광이거나 재외동포 대상이었다.

또 재외국민 의료입국의 경우. 병원 입장에서는 당장 이득을 볼 지 모르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는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켜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올해부터는 2007년까지의 법대로 3개월 이상 국내에 거주한 재외동포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되돌려졌다. 하지만 의료계에서 재외동포에 대한 진료 제한을 풀어달라는 목소리도 많아 아직은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김정란기자 inat82@

출처 - 스포츠서울 2009년 5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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