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 부산 대표 브랜드로] ④ 전문가 좌담


의료관광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지자체별로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2007년 5월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가 발족하면서 의료관광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부산도 최근 부산의료관광 포럼, 아시아·태평양 의료관광 교류전 개최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의료관광, 부산 대표 브랜드로'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해외 환자 유치의 일선에서 겪는 생생한 현장 경험담과 정책 제언 등을 들어보는 전문가 좌담을 가졌다.


· 일시: 4월 14일 오후 4시

· 장소: 부산일보 8층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

· 사회: 김병군 본보 헬스팀장

사회=온 나라가 의료관광 사업으로 떠들썩하다. 최근 정부에서도 글로벌 헬스케어를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하는 등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부산도 예외는 아니다. 일선 현장에서 부딪치는 애로점은 무엇인가.

△구정회 이사장=무엇보다 규모가 작은 병원이 홀로 외국인 환자를 찾아다니는 것이 어렵다. 일개 병원 혼자서 마케팅이나 홍보, 해외 환자에게 맞는 음식이나 통역, 입국 수속 등 여러 편의를 도맡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산은 열의는 있지만 해외 환자 유치 인프라가 서울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이런 점에서 부산은 지자체의 역량을 집중, 규모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김현옥 원장=최근 의료관광이 부각되면서 순수한 외국인 환자가 한 달에 1∼2명꼴로 생기고 있다. 그런데 해외 환자에 대한 통역 지원 시스템이 있지만 어려운 의료용어나 환자 진료에 대한 전문성이 좀 더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병원으로서는 해외 홍보가 너무 힘들다. 의료수준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실제로 외국인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우선적으로 집중 선정해서 지원하는 것이 급선무다.

△권오성 원장=해외 환자 유치에 뛰어든 것이 한 6년쯤 된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통역, 음식 등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이 굉장히 힘들다. 따라서 부산시가 관심 있는 병원들을 모아 공동 홍보 방안을 마련해 보는 등 실질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에이전시를 섭외, 일본 현지 매스컴에 정규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외국인 진료 가능 우수 병원 우선 지원을
지자체·의료계 공격적 공동 마케팅 필요

무엇보다 당장 해외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을 한 곳이라도 시범업소로 지정해 앞장서 가야 한다. 또 의료특구 같은 곳도 선정해서 병원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의료용구, 장비 등은 물론 지역의 특산물까지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김윤진 교수=의료관광의 목적은 해외 환자 유치도 있지만, 지역 병원의 의료 선진화와 환자의 역외유출 방지도 있다. 그런데 부산은 타지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일부 병원이 열성적으로 하고 있지만, 역시 개별 차원에서 하다 보니 효과가 잘 안 난다. 국가 차원은 물론 시 차원의 체계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사회=의료상품을 구체적으로 해외에 홍보하는 방안은 무엇이 있나.

△구 이사장=부산의 의료관광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만 이대로 가면 그 과실은 서울이 다 차지할 것이다. 의료수준 등 역량에서도 지금보다 더 격차가 생길 수 있다. 지금 부산으로서는 마지막 전선이라는 각오가 필요하다.

문제는 홍보다. 한 달 1∼2명의 환자를 보고 막대한 광고비를 쓸 수는 없다. 따라서 해외 환자 유치에 관심을 갖는 병원들을 모아서 수익자 부담으로 홍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빨리 하나의 조직체를 만들어 지자체의 지원 아래 공격적인 공동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 현재의 움직임은 너무 더딘 감이 있다.

△김 원장=홍보를 위해서는 개별 병의원이 수익자 부담으로 재원을 마련해 먼저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 지자체는 해외 파견 공무원, 홍보관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 시장 개척도 서울과의 직접대결보다는 틈새시장 공략으로 가야 한다. 특히 가까운 일본에는 부산·경남 출신 교포가 많은 만큼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절실하다.

△김 교수=부산은 항만을 끼고 있기 때문에 크루즈 등 바다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크루즈와 연계한 의료관광 상품을 개발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김 원장=관심 있는 병원들이 공동으로 다큐 제작이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한·일 여객선 등에 활용한다면 효과가 있다. 카페리를 이용한 국제 여객선 홍보는 부산만이 독보적으로 할 수 있다.

△김 교수=부산의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공항이나 항만 등 한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체계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부산을 찾는 해외 환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는 콜센터도 설치돼야 하며 동시에 콜센터 전화번호도 홍보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권 원장=의료관광이라는 용어도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일본인들은 의료관광보다는 구체적으로는 '치료여행'이라는 표현을 애용한다. 또 병의원을 소개해 준 사람의 신뢰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나 시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나서 체계적인 소개가 이뤄져야 한다.

△구 이사장=서울에는 해외 환자 유치 알선업체가 70곳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부산은 한 곳도 없다. 오히려 서울 업체들이 지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난리다.

이제는 병의원들이 직접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소수라도 관심 있는 병의원들을 빨리 조직화해서 직접 해외 환자 유치에 뛰어드는 수밖에 없다. 시도 리더십을 갖고 신속하게 한 곳이라도 제대로 된 곳을 육성해야 한다.

사회=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지자체나 의료계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은.

△구 이사장=해외 환자 유치 사업은 이제 어떤 절박함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 환자의 진료 수가는 내국인의 2.5배 이상으로 파급효과가 크다. 앞으로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느냐에 따라 의료기관도 양극화가 될 것이다. 외국인을 진료하면 풍요로운 병원이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권 원장=의료관광 사업은 특수사업이다. 통역, 음식, 책임을 갖춘 '특수한 토털 서비스'다. 따라서 시 차원에서 공적인 강력한 인증 체계를 마련한다면 해외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는 환자 모객, 마케팅 등 시나 협의회 차원의 신속하고 공격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나머지 상품 개발은 의사들의 몫이다.

사회=의료관광 사업의 활성화 여부는 결국 지역사회의 역량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앞으로 시는 물론 의료계, 여행업계, 언론 등의 공동적인 노력이 더욱 구체화되기를 기대한다.

정리=곽명섭 기자

부산일보 2009년 4월 2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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