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순환 방해 대퇴부 피로 가중

세밑 거리를 거니는 젊은 여성들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맵시를 낸 여성들은 거의 어김없이 굽이 높으며, 무릎까지 올라오는 롱부츠로 멋을 내고 있다.

무지외반증·하지정맥류 유발할수도
발바닥 아치 자극 피로 풀어줘야

여대생 서모(22)씨도 롱부츠를 즐겨 신는 젊은층이다. 하지만 "부츠를 오래 신으면 종아리 부위에 쥐가 나는 것 같고, 발목도 아파 그 다음날은 신지를 못한다. 패션 감각을 살려 롱부츠를 자주 신지만 요즘은 무릎과 허리까지 안 좋은 것 같다. 유행을 무시할 수도 없고…, 다리는 아프고…. 계속 신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토로한다.


·근육, 인대 약한 여성에 특히 악영향


보통 발목이나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앞쪽이 뾰족하거나, 굽이 높은 롱부츠를 즐겨 신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롱부츠는 보기와는 달리 발과 무릎 등 관절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남성에 비해 근육과 인대가 약한 여성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의 영향으로 롱부츠를 즐겨 신을 경우 관절통증, 무지외반증, 하지정맥류 등에 취약하다. 모든 롱부츠가 해롭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에 맞지 않는 롱부츠를 장기간 신으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롱부츠는 우선 무릎을 구부리기가 불편해 대퇴부와 종아리 부위에 피로를 많이 쌓이게 한다. 결과적으로 발목과 발바닥에 부담을 가중시켜 통증을 일으킨다. 또 롱부츠가 좀 무겁다면 발목을 위로 젖히는 근육 부위에 무리를 준다. 이 때문에 발등이 아프고, 꼭 끼는 부츠와의 잦은 마찰로 발목의 복사뼈나 아킬레스건에도 물집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높은 굽과 이로 인한 불안한 걸음걸이는 보행 중 발목골절의 위험을 높인다. 부민병원 수족부센터 이병국 부장은 "발 전체에 골고루 퍼져야 할 체중이 발가락 쪽에만 집중되면서 발목과 무릎이 긴장돼 잘못 비끗하면 발목관절이 부러지고, 허리통증도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임신 여성들에게 특히 주의


대부분 앞쪽이 뾰족하게 생겨 발을 꽉 조이게 하는 롱부츠는 허벅지와 자궁의 혈액순환에도 좋지 않다. 여기다 높은 굽은 엉덩이를 굽의 높이만큼 뒤로 젖혀지게 해 허리를 꺾이게 한다. 이는 골반까지 뒤쪽으로 굽어지게 해 자궁의 위치를 바꾸고, 임신 유도 및 임신 유지를 어렵게 한다. 임신 중이거나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이라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부득이할 경우 사무실 내에서는 편안한 슬리퍼로 바꿔 신는 것이 좋다.

롱부츠로 인한 무릎통증은 무릎의 슬개골 아래에 있는 연골을 물렁물렁하게 하는 '연골연화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절염처럼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연골의 무리한 스트레스와 다리(허벅지) 근력의 허약함 때문에 통증이 나타난다.

엄지발가락이 변형되는 '무지외반증'도 일으킨다. 엄지발가락 끝부분이 바깥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은 변형된 발 모양도 그렇지만 발의 피로와 통증을 일으킨다. 심하면 정상적인 보행이 어려워지고, 발목과 무릎, 허리의 압박으로 관절염 등 2차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롱부츠는 신고 벗기가 힘들기 때문에 외출 내내 다리가 퉁퉁 붓거나 정맥 혈관이 피부 위로 도드라지는 '하지정맥류'를 유발하기도 한다. 서서 일하거나 오랫동안 앉아서 근무하는 사무직 여성들의 롱부츠 착용은 이를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1주일에 착용 3∼4회 넘지 않아야


롱부츠의 선택은 신축성, 통기성이 좋고, 피부 자극이 덜한 천연가죽이나 흡수성이 좋은 천 등으로 만들어진 것이 좋다. 앞쪽이 뾰족한 것보다는 둥근 스타일이 무난하며, 굽은 3∼5cm 정도가 바람직하다. 부츠의 둘레는 손가락 하나가 여유롭게 드나들 정도로 넉넉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넓은 것은 가죽이 흘러내려 복사뼈나 아킬레스건의 마찰을 불러 물집을 생기게 하기 때문에 피한다.

롱부츠를 신는 것은 1주일에 3∼4회 이상은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편안한 신발로 번갈아 가면서 신고, 직장 내에서는 편안하고 굽이 낮은 신발로 바꿔 다리의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특히 롱부츠를 신은 채 다리를 꼬고 앉으면 종아리의 정맥혈관을 눌러 좋지 않다. 몸에 붙는 청바지를 부츠 안에 집어넣는 것은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 청바지와 부츠가 다리의 혈액 순환을 전반적으로 방해하기 때문이다.

지퍼가 달린 부츠는 잠시라도 지퍼를 내려 발목을 위·아래로 움직인다. 지퍼가 없다면 발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간단한 운동만으로 다리의 혈액순환이 좋아진다. 다리 근력 및 유연성 강화를 위해 다리를 베개 위에 걸치고 하는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허벅지에 힘을 줘 무릎을 쭉 펴고, 발목을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가 펴는 동작을 반복한다. 10회 정도 반복하고 다른 다리도 똑같이 반복한다. 누웠을 때는 물론 의자에 앉아서도 할 수 있다. 또 앉은 상태에서 콜라병 2개를 바닥에 놓고 양쪽 발바닥으로 굴리면 발바닥 아치의 자극으로 피로가 해소된다.

곽명섭 기자  KMS01@BUSAN.COM


도움말= 부민병원 수족부센터 이병국 부장

출처 - 부산일보 2009년 12월 25일자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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