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 A씨는 1년 전 유방암이 간과 뼈로 전이돼 말기암 진단을 받았다. 뼈와 복부의 통증이 심해 밤에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A씨는 진통제를 오래 복용하면 중독이 돼 나중에 쓸 약이 없어질 것이라는 걱정으로 진통제 투여를 거부했다. 그러나 의료진의 설득으로 통증 관리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 이제는 진통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하면서 통증 일기장도 기록한다. A씨는 현재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으며, 자신이 말기암 환자라는 사실을 잊은 채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며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통증 유형 다양하지만 관리하면 대부분 줄일 수 있어
부작용 걱정 말고 꾸준히 진통제 처방받아야
메스꺼움·변비 등은 치료·예방으로 회복 가능


· 암으로 인한 통증은 90% 조절 가능


대다수의 암환자는 심각한 통증을 경험한다. 심하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조차 유지할 수 없는 상황까지 진행된다. 그러나 암으로 인한 통증은 90% 이상 조절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환자의 절반 이상이 적절한 통증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죽음을 앞둔 환자라 해도 남아있는 시간을 아름답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환자에 대한 가장 큰 배려일 것이다.

통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암 자체에 의한 것(65%)으로 암이 뼈나 신경계에 침투하거나 다른 장기를 압박하였을 때 나타난다. 그 다음은 암 치료와 관련된 통증(25%)으로 수술이나 방사선 요법, 항암화학 요법 과정에서 나타나는 통증이다.

팔다리를 절단한 경우에는 이미 절단하여 없는 부위에 환상통이라고 부르는 통증의 느낌이 있을 수 있다. 환상통은 매우 실제적인 통증이지만, 그 원인은 확실하지 않다. 그 외에 두통이나 근육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 아플 때 뿐 아니라 규칙적으로 처방


통증의 정도는 통증 평가 척도(통증이 없을 때 0, 가장 심할 때 10)를 이용해 정량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통증 조절의 목적은 '완전한 통증 조절, 통증 평가 척도 0'을 달성하는 것이다. 즉,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환자에게 전혀 통증을 느끼지 않게 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다.

암성 통증은 대부분 약물 요법으로 치료한다. 암환자의 통증조절에 사용되는 진통제로는 크게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비마약성 진통제와 코데인, 모르핀과 같은 마약성 진통제로 나눌 수 있다. 이외에 비약물적 요법으로 장폐색이나 중요 장기 압박을 해결하기 위한 수술요법, 골 전이와 신경 압박 등을 조절하기 위한 방사선 치료, 신경 블록을 통해 신경경로를 차단하는 방법이 있다.

가벼운 통증에는 비마약성 진통제를 우선 처방한다. 통증이 계속될 때는 약한 마약성 진통제를 추가할 수 있으며, 심한 통증에는 처음부터 강한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한다. 돌발성 통증은 일시적이고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통증이다. 돌발성 통증에는 먹자마자 금방 진통효과가 나는 '속효성' 마약을 사용한다.

진통제는 아플 때에만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적으로 시간에 맞추어 투여해 환자가 통증을 전혀 못 느끼게 관리해야 환자도 편안해하고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 암환자의 통증 조절이 잘 안 되는 이유


일반적으로 암환자들은 모르핀과 같은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그러나 치료목적으로 쓰이는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되는 예는 극히 드물다. 부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정주섭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이 필요한 것처럼 암환자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는 진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 마약으로 인한 위험성보다 통증으로 인한 위험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암환자들은 진통제의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실제 처방한 용량보다 더 적은 용량을 복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부작용은 예방되거나 조절할 수 있으며 임의로 투여량을 조절한다고 해서 부작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통증에 대해 정확히 표현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통증관리가 어렵게 된다. 환자가 표현하지 않는다면 의료진은 환자의 통증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 환자가 표현하는 것에 따라 약물 용량을 늘릴 것인지, 부작용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할 수가 있다.

질병 상태에 대한 불안, 공포, 우울감이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때로는 경제적인 부담감이나 종교적인 이유로 통증 조절을 거부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 부작용과 대처방법


마약성 진통제의 부작용은 쉽게 조절할 수 있다. 처음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 받는 환자들은 어지럽거나, 메스꺼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1~3일 이내에 이러한 가벼운 부작용은 사라진다. 메스꺼움이 심할 때는 항구토제를 처방받기도 한다.

마약성 진통제는 변비를 일으킨다. 보통 약물을 투여 후 수일 이내에 변비가 나타나는데, 이 부작용은 투약 중 내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섬유질과 수분섭취를 늘리고 처방에 따른 변비약을 사용하면 변비를 예방하고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암환자의 호흡이 느려지는 것에 대해 가족들은 죽음이 가까워져 오기 때문이 아닐지 두려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죽음의 임박이 아니라 마약성 진통제 용량을 증량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된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도움말=부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정주섭 교수

출처 - 2009년 12월 25일자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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