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슈바이처로 존경받는 성산 장기려 박사의 정신을 잇고 있는 부산 고신대복음병원은 영남지역에서 암치료 전문 병원으로 많은 환자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경쟁병원의 시설 확장 등 급변하는 의료환경에다 병원 내 노사갈등과 교단 내 문제로 한때 경영정상화를 자신할 수 없을 만큼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고신대복음병원은 이런 위기를 벗어나 점차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지난 2007년 8월 취임한 조성래 병원장의 리더십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병원 역사상 10년만에 병원장 임기를 무사히 채웠으며 연임에 성공한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이달 초부터 제2기 임기를 시작한 조 병원장을 만나 병원 경영과 지역 의료계의 현안을 들어봤다.

"무조건 서울 가는 건 어리석은 선택

첨단 장비 도입 대대적 시설 확충

내년 초 외국인 국제진료센터 오픈"


·첨단 의료장비 도입은 계속 진행

"영남권 최초의 암 전문 대학병원의 위상 재정립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의료서비스의 제공으로 지역환자의 역외 유출을 막는데 역점을 두겠습니다." 조 병원장은 앞으로 3년간의 임기 동안 이를 위해 각종 로봇수술 기기와 토모테라피 등 최첨단 의료장비의 도입과 최고 경쟁력을 갖춘 우수 의료인력의 지속적인 확충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첨단 의료장비의 도입은 항상 현재진행형이어야 한다"는 조 병원장은 "고객 만족도 향상과 경영 합리화를 통해 환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20여년 동안 첫 병원장 연임에 성공한 비결도 여기에서 찾았다.

'제2의 IMF 위기'로 불리는 경제 여건과 대형 병원들의 병상 증설 경쟁 등의 외부 악재에다 그동안의 위기로 인한 직원들의 냉소적인 분위기 등 내부 악재를 취임 이후 병원 경영수지의 흑자전환과 노사화합을 통한 조직활성화로 극복한 점을 연임 비결로 꼽은 것.

"절대적인 진료공간의 부족과 시설 노후화 개선을 위해 지난 2007년 취임 초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 왔습니다. 물리치료실, 중환자실, 특화된 각종 센터의 공사는 이미 완료됐으며 종합검진센터, 부산 최대의 장례식장 등은 설계가 완료돼 곧 공사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조 병원장은 시설 확충에 이어 다음 단계로는 전천후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로 환자들의 마음까지 치유할 수 있는 병원을 지향할 방침이다.

최근 들어 강점으로 꼽혀 온 암 전문 병원으로의 위상이 다소 저하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978년 이후 영남권 최초로 암 센터가 들어선 이후 암환자 치료에서 가장 많은 실적과 수술경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는 조 병원장은 "암치료에 대한 체계화된 시스템과 노하우만은 우리 병원이 가장 잘 돼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고신대복음병원의 경험과 노하우는 앞으로 지역 환자의 역외유출을 막는데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보다 나은 의료 분야도 많아

"서울로 가는 대부분의 수술 및 암 관련 환자들의 치료는 지역 대학병원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오히려 몇몇 분야는 서울보다 나은 것도 많다"고 지적한 조 병원장은 "대부분의 치료는 이미 표준화, 평준화가 되어 있어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도 질병과 재정 등 가정상황을 무시한 채 무조건 서울로 가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잘라 말했다.

환자들의 이러한 서울행은 무엇보다 서울 중심 언론매체들의 왜곡된 인식과 의료전달 체계의 문제가 가장 핵심이라고 꼽았다. 따라서 지역 1, 2차 병원에서 서울로의 환자 이동을 제한하는 대신 3차 대학병원급의 진료의뢰서를 받아야만 타 지역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시급함을 역설했다.

"병원 내부적으로는 의료기술 못지않게 의사들을 대상으로 친절교육을 강화하는 등 뼈를 깎는 내부 체질 개선도 절실하다"고 지적한 조 병원장은 최근 뜨고 있는 외국인 환자 유치도 이런 각오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2004년 부산경남 최초로 러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비자발급을 위한 기관으로 지정된 것을 발판으로 내년 초에는 국제진료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병원장은 외국인 유치 분야에 대해서도 "대학병원급은 성형 또는 피부 관련 질환 위주인 중소형 병원과 달리 수술과 종합검진 등의 의료관광 사업에 특화해야 한다. 중국 상하이와 연변, 러시아의 극동과 일본 후쿠오카 지역을 목표로 국내 대형 여행사 및 유치 에이전시 몇 곳과 협정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의욕적인 제2기 임기를 시작한 조 병원장이 이러한 과제를 잘 달성해 자신의 목표인 '고신대복음병원을 다시금 반석 위에 올린 병원장'으로 기억될지 주목된다. 곽명섭 기자 kms01@busan.com

출처 - 부산일보 2009년 8월 7일자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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