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입자 치료기 왜 부산 유치해야 하나

중입자 치료기의 도입은 부산·울산·경남은 물론 전국의 암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할 사업이다. 하지만 예산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세입재원 부족을 이유로 내년 예산반영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부산 정치권 및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 도입 당위성은=중입자 치료기는 첨단 의료연구개발 분야의 국가 경쟁력 확보는 물론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필수사업이다. 부산 기장지역은 핵과학 연구단지, 기술대학 유치 등 '의료+휴양+관광 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동북아 의료허브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중심시설이 중입자 치료기와 동남권 원자력의학원이다.

지방 암환자 11만5천명
작년 수도권서 진료

의료낙후 지역 주민도
첨단 의료 혜택 받아야

예비타당성 조사 '부정적'
부산 정치권 강력 반발

내년 개원할 동남권 원자력의학원은 건립 초기부터 중입자 치료기를 활용하는 암진료 특화 연구중심병원으로 기획됐다. 따라서 동남권 원자력의학원과 중입자 치료기는 동전의 양면처럼 맞붙어 있어 하나의 시설만으로는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도 요구된다. 기장군은 국내 최다(12개) 원자력 발전소 밀집지역으로 그동안 주민들이 토지개발제한 등 재산·정신적 피해를 입어왔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지난 30여년간 희생을 감수하면서 국가 원자력 정책에 협조해온 지역민들에게 정부가 화답해야 할 차례라는 것이다.

의료 낙후지역으로 방치된 부·울·경 지역민들의 건강권 확보도 중요하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병원에서 암 진료를 받은 지방 환자의 수는 11만5천928명으로 이들을 위해 건보공단이 지급한 진료비만 4천700여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지역주민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도 중입자 치료기의 도입이 절실하다. 또 암환자의 해외원정 치료로 인한 외화유출과 의료기술 종속 등의 문제점도 우려된다.

지역 의료계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지역 의료계는 중입자 치료기 유치는 환자의 선택권과 진료 영역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지역 환자의 수도권 유출을 막을 수 있으며 나아가 해외 환자 유치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동아대병원 가정의학과 한성호 교수는 "중입자 치료기 유치는 암 환자가 자신의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지역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더욱 크게 하기 때문에 도입돼야 한다"며 "환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은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지역 의료계의 경쟁력 향상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종 '예타' 결과가 관건=중입자 치료기의 예산을 확보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예비타당성(예타) 조사결과다.

국가재정법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에 대해서는 반드시 예타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예타결과 비용대비편익비율(BC)이 1.0 이상이어야 예산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중입자 치료기 사업의 경우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실시한 예타에서 BC가 1.0에 못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자 부산 정치권은 예타의 적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재원 부족 때문에 신규사업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객관적으로 진행돼야 할 예타에도 '정책적 판단'이 개입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서울대병원 김일한(방사선종양학과)교수는 이번 예타에 대해 "암치료에서 5년 생존자는 사실상 완치된 환자라고 볼 수 있는데 KDI는 이들의 경제활동 편익을 5년으로만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즉, 암 치료가 가져다줄 이익을 의도적으로 저평가했다는 것이다.

재정부와 KDI가 △5년 생존율 반영 비율 △중입자 치료 환자수 추정 방법 △통계기법 등에 있어서 어떤 방식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예타 결과가 달라질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출처 - 부산일보 2009년 9월 22일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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